역사는 언제나 중심의 언어로 기록된다. 중화(中華)를 문명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그 바깥의 사람들은 ‘오랑캐’였다. 문명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 거칠고 무지한 사람, 교화하거나 물리쳐야 할 사람이었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17세기 초 만주 벌판의 여진족은 명나라와 조선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세력이었다. 인구도 적었고 경제력도 약했으며 축적된 국가 운영 경험도 부족했다. 그런데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흩어져 있던 여진 부족은 하나의 강력한 정치·군사 집단으로 통합되었고, 몽골과 조선을 제압했으며, 마침내 명나라를 대신해 중국 대륙을 지배하는 청 제국으로 발전했다. 그 중심에 누르하치와 홍타이지가 있었다.
특히 홍타이지는 아버지 누르하치가 만든 부족 연합체를 물려받아 군사·행정·외교 체제를 개혁하고, 여진족만의 국가를 몽골과 한족까지 포괄하는 다민족 제국으로 변화시켰다. 그의 성공은 단순히 전쟁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는 약자가 강자와 싸우며 살아남고, 살아남은 힘을 성장으로 바꾸고, 그 성장을 지속 가능한 체제로 만드는 독특한 리더십이 있었다.
산수야 출판사에서 출간한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의 장한식 저자는 이 독특한 리더십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상대가 아무리 크고 강해도, 사안이 아무리 위험해도 두렵지 않다는 오랑캐의 기백, 스스로의 강약장단(强弱長短)을 파악해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내는 지략, 그리고 앞사람의 업적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창업정신"
오랑캐연구소는 이러한 힘을 다섯 가지 ‘오랑캐 정신’으로 설명한다.
"야생성, 규율성, 개방성, 실용성, 전략성."
그리고 이 다섯 가지 특성을 갖추고 불리한 현실을 뒤집어 새로운 판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오랑캐 리더’라고 부른다.
오랑캐 리더와 오랑캐 정신
오랑캐 리더는 이미 만들어진 길을 잘 걸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드는 사람이다. 자원은 부족하고 상대는 강하다. 내부는 분열되어 있고 외부에서는 끊임없이 위협이 밀려온다. 기존의 규칙대로 경쟁하면 승산이 없다.
이런 현실 상황에서 오랑캐 리더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화려한 비전이나 세련된 경영 이론이 아니다. 살아남으려는 힘이다. 그러나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흩어진 힘을 하나로 묶어야 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은 밖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생존에 성공했다면 이제 성장해야 하며, 성장한 뒤에는 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움직이는 힘이 오랑캐연구소가 말하는 다섯 가지 오랑캐 정신이다.
야생성은 도전하게 한다.
규율성은 힘을 하나로 묶는다.
개방성은 생존의 가능성을 넓힌다.
실용성은 성장을 만들어낸다.
전략성은 그 성장을 지속시킨다.
이 다섯 가지의 특성이 하나의 리더 안에서 결합하여 정신으로 승화하고, 그것이 그가 이끄는 조직에 투사될 때 작은 세력이 거대한 세력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진다.
야생성 — 두려움보다 먼저 움직이는 힘이 있다
오랑캐 정신의 출발점은 '야생성(野生性)'이다. 야생성이란 단순히 거칠고 공격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남이 만들어놓은 질서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지는 힘이다. 강한 상대 앞에서 지레 겁먹지 않고, 자신의 조건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다.
오랑캐 리더는 상대의 크기를 보고 싸움의 결과를 미리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작으니까 안 된다”가 아니라 “작은 우리가 이길 방법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이 야생성이다. 야생성은 오랑캐 정신의 출발점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생존도, 성장도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규율성 — 야생의 힘을 조직의 힘으로 바꾸다
그러나 야생성만으로는 강한 조직을 만들 수 없다. 용감한 사람들이 제각각 움직인다면 그것은 조직이 아니라 무리에 불과하다. 야생의 힘을 조직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 '규율성(規律性)'이다.
여기에서 오랑캐 정신의 중요한 역설이 나타난다. 오랑캐 리더는 남이 만든 규칙에는 쉽게 길들여지지 않지만, 자신이 정한 규칙에는 누구보다 엄격하다. 오랑캐 리더에게 규율은 사람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한정된 힘을 낭비하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시키기 위한 장치다.
작은 조직일수록 규율은 더욱 중요하다. 큰 조직은 몇 번의 실수를 견딜 수 있지만 작은 조직은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랑캐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자유롭지만 무질서하지 않다. 생각은 자유롭게 하되 행동은 약속된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이것이 야생성과 규율성이 공존하는 오랑캐 조직의 힘이다.
개방성 — 살아남으려면 다름을 받아들여라
야생성과 규율성으로 내부의 힘을 만들었다면 다음 과제는 생존이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정신이 '개방성(開放性)'이다. 약자가 쉽게 빠지는 함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문을 닫는 것이다. 우리 사람, 우리 방식, 우리 기술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와 경쟁해야 하는 작은 조직에게 폐쇄성은 치명적이다.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내부에서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개방성은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을 다른 사람의 힘을 통해 확보하는 생존 전략이다. 오랑캐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것이냐 남의 것이냐”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가”이다.
필요하다면 경쟁자에게도 배우고, 적의 기술도 받아들이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조직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개방성은 단순한 관용이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다름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실용성 — 명분이 아니라 결과를 선택한다
살아남았다면 이제 성장해야 한다. 성장을 만드는 힘은 '실용성(實用性)'이다. 실용적인 리더는 모든 판단의 기준을 분명히 한다. “무엇이 옳아 보이는가?”보다 “무엇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가?”를 묻는다.
오랑캐 리더는 체면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얻어야 할 것을 얻기 위해 싸운다. 그래서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상하며, 필요하면 우회한다. 수단에 집착하지 않고 목표에 집중한다. 이것이 실용성이다.
오랑캐 리더에게 좋은 전략이란 멋있어 보이는 전략이 아니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을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전략성 — 오늘의 승리를 내일의 질서로 바꾸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면 진정한 오랑캐 리더가 아니다. 한두 번 싸움에서 이기는 것과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성공을 내일의 지속 가능한 질서로 만드는 힘이 '전략성(戰略性)'이다.
전략적인 리더는 오늘의 문제만 해결하지 않는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 어떤 판을 만들 것인지를 생각한다. 야생성이 오늘의 싸움에 뛰어들게 한다면, 전략성은 그 싸움 이후의 세계까지 바라보게 한다. 전략성은 오랑캐 정신의 완성이다.
다섯 가지 정신은 하나의 성장 원리다
야생성, 규율성, 개방성, 실용성, 전략성은 서로 떨어져 있는 다섯 가지 덕목이 아니다. 하나가 다음 하나를 만들어내는 오랑캐 리더의 성장 원리다.
야생성으로 도전한다 - 강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규율성으로 힘을 모은다 - 흩어진 사람과 자원을 하나의 목표 아래 조직한다.
개방성으로 살아남는다 -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외부에서 받아들이고 다름을 힘으로 바꾼다.
실용성으로 성장한다 - 명분과 형식보다 실제 문제 해결과 성과를 우선한다.
전략성으로 지속한다 -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시대의 변화까지 준비한다.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도전 → 결집 → 생존 → 성장 → 지속"
그리고 이 과정 전체를 이끄는 사람이 바로 오랑캐 리더다.
일반적인 리더와 오랑캐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모든 훌륭한 리더가 오랑캐 리더인 것은 아니다. 안정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훌륭한 리더십이다. 기존의 제도를 개선하고 구성원을 잘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오랑캐 리더가 필요한 순간은 따로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때다.
가진 것은 적고 상대는 압도적으로 강할 때, 기존 시장의 규칙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을 때, 조직이 생존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 오랑캐 리더가 필요하다. 그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자본이 부족하다.”
“사람이 부족하다.”
“경쟁자가 너무 강하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 현실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인정한다. 다만 거기에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조건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끝까지 붙잡는다. 그리고 답을 찾을 때까지 전략을 바꾸고, 사람을 모으고, 외부의 힘을 빌리고, 실행한다. 오랑캐 리더는 단순한 낙관주의자가 아니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다.
실패하는 리더는 오랑캐 리더가 아니다
여기에서 오랑캐 리더의 자격 조건이 나온다.
“실패하는 리더는 오랑캐 리더가 아니다.”
이 말은 오랑캐 리더가 모든 일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경쟁에서는 질 수 있다.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고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랑캐 리더는 한 번의 실패를 최종적인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고 방법을 바꾼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외부에서 보완한다. 정면 승부가 불리하면 우회하고, 지금 싸우는 것이 불리하면 기다린다.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과정일 뿐이다."
이것이 실패하지 않는 오랑캐 리더의 진정한 의미다. 무모하게 돌진해서 반드시 승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살아남고 성장해야 한다는 최종 목표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라는 뜻이다. 그래서 오랑캐 리더에게 실패는 변명이 아니라 정보다. 실패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읽어내고 다시 움직인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오랑캐 리더
오늘날 기업과 조직도 끊임없이 생존의 문제와 마주한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산업의 경계는 무너지며 어제의 성공 방식이 오늘의 실패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작은 기업과 후발 주자는 큰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이기기 어렵다. 이것이 오랑캐 정신으로 무장한 오랑캐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야생성으로 기존의 상식을 의심해야 한다 - 남들이 만들어놓은 시장의 규칙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규율성으로 작은 힘을 집중해야 한다 -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사람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개방성으로 외부의 힘을 받아들여야 한다 - 내부에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말고 필요한 기술과 사람과 아이디어를 밖에서 찾아야 한다.
실용성으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 명분과 형식, 보고와 회의보다 고객과 시장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전략성으로 다음 판을 준비해야 한다 - 오늘의 매출과 성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이 3년 뒤, 5년 뒤 어떤 경쟁력을 만들어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런 다섯 가지 오랑캐 정신이 함께 작동할 때 작은 조직은 단순히 살아남는 조직에서 판을 바꾸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랑캐 리더란 누구인가?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오랑캐 리더란 누구인가?"
오랑캐 리더는 단순히 거칠고 용감한 사람이 아니다.
야생성으로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규율성으로 흩어진 힘을 하나로 만들며,
개방성으로 다름을 받아들여 살아남고,
실용성으로 집요하게 성장을 만들어내며,
전략성으로 변화에 대응해 그 성장을 지속시키는 사람이다.
그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부족한 것은 외부에서 가져오며, 작은 힘을 가장 중요한 곳에 집중한다. 그리고 지금의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다음에 올 변화를 준비한다.
이것이 오랑캐 정신이고, 이 다섯 가지 정신을 자신의 행동과 조직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오랑캐 리더다.
야생성으로 도전하고, 규율성으로 힘을 모으고, 개방성으로 살아남고, 실용성으로 성장하며, 전략성으로 변화를 이끄는 리더, 그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오랑캐 리더다. © 오랑캐연구소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