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연구소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오랑캐 정신은 야생성, 규율성, 개방성, 실용성, 전략성이다. 이 가운데 야생성이 첫 번째인 이유는 다른 네 가지 정신을 움직이게 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규율성은 힘을 모으고, 개방성은 힘을 확장하며, 실용성은 그 힘을 결과로 바꾸고, 전략성은 그 결과를 지속시키지만, 그 모든 움직임에 앞서 현재의 조건을 넘어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오랑캐연구소는 그 힘을 야생성(野生性)이라고 부른다.
야생성이라고 하면 거칠고 공격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야생성은 난폭함이나 무모함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그 현실에 길들여지지 않는 힘이다.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상대가 훨씬 강하다는 사실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이 미래의 가능성까지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현실을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최종적인 결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러한 야생성은 네 가지 행동으로 구체화된다.
직시 → 의심 → 행동 → 적응.
이 네 단계가 오랑캐연구소가 말하는 야생성의 핵심적인 행동 구조다.
직시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
야생성의 출발은 용기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상대의 강점과 약점도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오랑캐 리더는 불리한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 조직이 어려운데도 “괜찮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실제보다 크게 평가하지도 않는다. 경쟁자가 강한데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현실을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야생성은 막연한 낙관주의와 다르다. 오히려 철저한 현실주의에서 출발한다.
현실을 과장하면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현실을 축소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낙관과 비관보다 사실을 먼저 본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인정한 다음이다.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앞으로도 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도 같은 것이 아니다.
야생성은 현실을 인정하지만 현실이 미래까지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래서 직시는 체념의 시작이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이다.
의심 - 기존의 답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한 다음에는 의심해야 한다. 여기에서 의심이란 모든 것을 부정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묻는 것이다. 조직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당연함’이 생긴다.
“원래 이렇게 해왔다.”
“이 업계에서는 다 이렇게 한다.”
“과거에 이 방법으로 성공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런 말들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 맞았던 답이 지금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환경이 달라졌다면 답도 달라져야 한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왜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기존 질서를 무조건 깨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방식이 지금의 현실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 성공한 방식이라도 환경이 달라졌다면 다시 검토해야 한다.
성공 경험이 많은 조직일수록 이 질문이 중요하다. 실패한 조직은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깨닫는다. 그러나 성공한 조직은 자신을 성공시킨 방법을 버리기 어렵다.
야생성은 실패에 굴복하지 않는 힘인 동시에 성공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힘이다.
행동 -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지 않고 가진 것으로 시작한다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기존의 방법을 의심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는 않는다. 변화를 만들려면 행동해야 한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이 충분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예산이 완벽하게 확보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모든 정보를 얻은 뒤에야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가진 사람과 자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먼저 움직이고, 움직이면서 정보를 얻으며, 필요한 것을 보완한다.
이렇게 오랑캐 리더는 완벽한 조건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진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빨리 움직이라는 뜻이 아니다. 핵심은 완벽한 조건이 생겨야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완벽한 조건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작은 행동을 시작해야 새로운 정보가 생기고, 그다음 선택도 가능해진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좋은 환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현재 가진 조건에서 먼저 움직여 새로운 조건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적응 - 목표는 지키되 방법은 바꾼다
행동한다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할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야생성과 무모함이 갈라진다.
무모한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방법을 계속 고집한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결과를 보고 방법을 바꾼다. 정면으로 가는 길이 막히면 돌아간다.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 외부의 힘을 빌린다. 기존의 기술로 해결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을 찾는다.
환경이 달라지면 자신의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목표에는 집요하되, 방법에는 유연해야 한다. 이것이 적응이다. 야생성은 한 번의 과감한 도전으로 설명할 수 없다. 환경을 계속 읽고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반복적인 과정이다.
“직시하고, 의심하고, 행동하고, 적응한다. 그리고 달라진 현실을 다시 직시한다.”
이 순환이 계속될 때 조직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다. 오랑캐연구소가 야생성을 “현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현실이 자신의 미래까지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바로 이 적응의 가능성을 전제한다.
야생성은 왜 약자에게 더욱 중요한가
야생성은 풍족한 환경보다 결핍 속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충분한 자본과 인력, 안정적인 시장과 검증된 사업 모델을 가진 조직은 기존 방식을 반복해도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하면 작은 판단 하나의 중요성이 커진다.
사람이 부족하다.
돈이 부족하다.
시간도 부족하다.
상대는 더 크다.
기존 방식으로는 승산이 낮다.
이때 결핍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핍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조건으로 바꾸어야 한다.
오랑캐연구소는 이 야생성을 단순한 성격적 특질이 아니라 ‘결핍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으로 정의한다. 이 때문에 야생성은 특히 약자와 후발주자에게 중요하다. 강자와 똑같은 방법으로 싸워서는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자는 강자보다 더 정확하게 현실을 보고, 더 자주 기존의 답을 의심하며, 더 빠르게 행동하고, 더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약자는 부족하기 때문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야생성은 바로 그 힘이다.
야생성은 무모함과 다르다
야생성을 ‘도전 정신’이라고만 설명하면 위험하다. 무작정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야생성이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생성은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현실을 직시하지만 무모한 사람은 현실을 무시한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가능한 것부터 행동하지만 무모한 사람은 준비 없이 돌진한다.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실패하면 방법을 수정하지만 무모한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무엇보다 야생적인 행동의 목적은 생존과 성장이다. 행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오랑캐연구소는 야생성과 무모함을 이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야생성은 위험을 모르는 용기가 아니다. 위험을 알고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힘이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야생성의 마지막에는 항상 ‘적응’이 있어야 한다. 적응 없는 도전은 쉽게 무모함으로 변한다.
누르하치 - 강자가 만든 질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다
누르하치는 야생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에게 처음부터 강력한 국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로 경쟁하던 여진 부족들이 있었고, 주변에는 명나라라는 거대한 강국이 존재했다.
힘의 차이만 보면 여진 세력이 명나라와 맞서는 것은 무모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누르하치는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약한 채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현실을 직시했고, 강자가 만들어놓은 질서를 의심했으며, 부족을 통합하고 힘을 키우는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상황의 변화에 맞춰 조직과 대응 방식도 바꾸어갔다.
누르하치의 야생성은 무조건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다. 약자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현실 안에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홍타이지 - 성공에도 길들여지지 않다
야생성은 어려울 때만 필요한 정신이 아니다. 성공한 뒤에는 또 다른 위험이 생긴다. 과거의 성공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홍타이지에게는 누르하치가 만들어놓은 후금이 있었다. 이미 국가와 군대가 존재했고, 선대의 성공 방식도 있었다. 그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홍타이지는 작은 후금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큰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조직과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과 제도를 받아들였다. 누르하치가 불리한 현실에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홍타이지는 선대의 성공에 길들여지지 않았다.
과거의 성공 방식은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변했는데도 그것을 절대적인 답으로 믿는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야생성은 위기에서 살아남게 하는 힘인 동시에 성공한 조직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다.
이순신 - 부족한 환경에서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가다
이순신에게서도 야생성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임진왜란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전투 능력만이 아니었다.
군사를 먹이고, 배와 무기를 유지하고, 물자를 확보하며, 전쟁을 지속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필요한 지원이 언제나 충분했던 것은 아니다.
이때 “지원이 부족하니 무엇을 할 수 없는가”에 머문다면 선택지는 줄어든다. 반대로 “이 조건에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로 사고를 바꾸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
오랑캐연구소는 국가의 지원만 기다리지 않고 현장에서 생존과 전쟁 수행의 조건을 만들어간 이순신의 능력을 오랑캐 정신의 야생성과 연결한다.
이순신의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무모하게 싸우는 태도가 아니다. 부족한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간 태도다.
이순신처럼 야생성을 지닌 오랑캐 리더는 좋은 환경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환경을 조금씩 바꾸면서 다음 행동의 조건을 만든다.
오늘날 조직에서 야생성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오늘날 기업과 조직에도 야생성은 필요하다. 특히 환경 변화가 빠를수록 그렇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진다.
어제 존재하지 않았던 경쟁자가 나타난다.
오랫동안 성공했던 방식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 위험한 조직은 작은 조직만이 아니다. 과거의 성공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조직도 위험하다. 오히려 성공한 기업일수록 현재의 성공 방식에 길들여지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조직에는 네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직시 — 우리는 현재의 시장과 우리의 실력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가?
의심 — 과거의 성공 방식을 지금도 정답이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행동 —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느라 실행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적응 —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네 가지는 야생성을 점검하는 질문인 동시에 조직이 변화에 살아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야생성은 다른 네 가지 오랑캐 정신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야생성이 다섯 가지 오랑캐 정신의 시작이지만 그것만으로 강한 조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야생성이 강한 조직은 기존의 답을 의심하고 새로운 방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기존의 답을 의심하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면 힘은 쉽게 흩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야생성은 규율성과 연결되어야 한다.
야생성이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면, 규율성은 흩어진 사람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 그다음 개방성은 조직 밖에 있는 사람과 기술을 받아들여 힘을 확장하고, 실용성은 그 힘을 실제 문제 해결로 전환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성은 만들어낸 성과를 다음 성장으로 연결한다.
특히 야생성과 규율성의 관계는 중요하다.
“밖으로는 야생적이고, 안으로는 규율적이어야 한다.”
기존의 질서와 관행을 의심할 때는 자유롭게 사고해야 하지만, 방향이 결정된 뒤에는 조직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야생성만 있으면 힘이 흩어지고, 규율성만 있으면 조직이 경직될 수 있다. 야생성은 오랑캐 리더십을 시작하게 하는 힘인 동시에 오랑캐 리더십 전체를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는 생명력이다.
야생성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오랑캐연구소가 말하는 야생성의 핵심은 ‘현실에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반항이 아니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의 답을 다시 검토하고, 가진 것으로 실행하며, 결과에 따라 자신의 방법을 바꾸는 능력이다.
오랑캐연구소는 야생성을 네 개의 동사로 정의한다.
직시한다.
의심한다.
행동한다.
적응한다.
직시 → 의심 → 행동 → 적응.
직시하지 않으면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의심하지 않으면 과거의 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행동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생각에 머문다.
적응하지 않으면 도전은 쉽게 고집이 된다.
이 네 가지가 반복될 때 야생성은 단순한 기질이 아니라 생존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행동 원리가 된다.
누르하치는 강자가 만든 질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타이지는 선대의 성공 방식을 절대적인 답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순신은 부족한 환경에서 필요한 조건이 만들어지기만 기다리지 않았다.
세 사람의 목적과 시대는 달랐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어진 조건에 멈추지 않고 다음 가능성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야생성은 바로 그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개인의 도전으로 흩어지지 않고 조직의 힘이 되기 위해 필요한 오랑캐 정신이 규율성이다. 야생성이 길을 찾는 힘이라면, 규율성은 그 길을 함께 가게 만드는 힘이다. © 오랑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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