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 조직에는 규율이 필요하다.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어야 하며,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그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
오랑캐연구소는 이를 두 번째 오랑캐 정신인 규율성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목표 → 원칙 → 솔선 → 일관성
그리고 조직의 생존과 공동의 목표를 위해 누구도 예외 없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행동 원칙을 절대규칙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규율이 강할수록 구성원의 자유는 줄어드는가.
원칙이 많아질수록 구성원은 리더의 지시에 더 의존해야 하는가.
오랑캐연구소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 분명하고,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가 명확할수록 구성원은 그 경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오랑캐 리더십에서 규율과 자율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규율은 자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율이 작동할 수 있는 경계를 만든다. 이것이 이번 글 '오랑캐 리더십과 자율'에서 살펴볼 핵심이다.
야생성과 규율성은 왜 함께 필요한가
오랑캐 정신의 첫 번째는 야생성이다. 오랑캐연구소는 야생성의 행동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직시 → 의심 → 행동 → 적응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기존의 답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심한다.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면 행동한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다시 적응한다.
이 과정에는 자유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구성원이 스스로 현실을 보고, 기존의 방법을 질문하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야생성만으로는 조직을 만들기 어렵다. 각자가 자신의 판단대로만 움직이면 방향이 흩어질 수 있다. 개인의 에너지가 강할수록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오랑캐 정신인 규율성이 필요하다. 규율성은 자유로운 사람의 힘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흩어진 힘이 공동의 목표를 향하도록 결집하는 힘이다.
반대로 규율성만 있고 야생성이 없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구성원은 정해진 방식만 따른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도 지시를 기다린다. 환경이 변해도 기존 절차를 반복한다. 조직은 질서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변화에 둔감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오랑캐 조직에는 야생성과 규율성이 함께 필요하다. 야생성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든다. 규율성은 그 에너지가 공동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자율은 바로 이 두 힘이 만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자율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다
자율이라는 말을 각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자유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조직에서 자율은 방임과 다르다. 공동의 목표를 무시하고, 조직의 원칙을 따르지 않으며, 자신의 판단대로만 움직이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율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구성원이 공동의 방향 없이 각자 움직이는 오랑캐 집단의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오랑캐연구소는 자율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율이란 공동의 목표와 원칙을 이해한 구성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네 가지 조건이 있다.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자율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목표가 없으면 방향을 잃는다. 원칙이 없으면 서로의 판단이 충돌한다. 권한이 없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책임이 없으면 자유가 방임으로 흐를 수 있다. 따라서 자율은 단순히 자유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방향과 경계를 공유한 사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절대규칙이 자율의 경계를 만든다
절대규칙이라는 말은 강한 통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랑캐연구소가 말하는 절대규칙의 목적은 구성원의 모든 행동을 세세하게 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만 분명하게 함으로써 그 밖의 영역에서는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에 대해 규칙을 만들 수는 없다. 모든 판단을 리더가 직접 내릴 수도 없다. 조직이 성장하고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더욱 그렇다. 오랑캐 조직은 끝없이 세부 규정을 늘리기보다 먼저 핵심적인 경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는가.
이 기준이 명확하면 그 안에서는 여러 방법을 허용할 수 있다.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일할 필요도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과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절대규칙은 자율의 반대가 아니다. 절대규칙은 자유를 막는 벽이 아니라 자율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알려주는 경계선이다.
규칙이 많다고 규율이 강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규율과 규칙의 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규칙이 많다고 반드시 규율성이 강한 것은 아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규정을 만들거나 모든 업무에 승인 절차를 붙이고, 작은 판단까지 상급자의 허락을 받게 하며 실수를 막기 위해 계속 통제를 늘리는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점차 스스로 판단할 이유를 잃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 구성은 문제를 보면서도 “내가 결정해도 되는가?”부터 생각한다. 목표보다 절차를 먼저 본다. 그리고 규정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행동하지 못한다.
오랑캐연구소가 말하는 규율성은 이런 과잉 통제와 다르다. 규율성의 핵심은 규칙의 숫자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와 핵심 원칙이 실제 행동의 기준으로 작동하는가에 있다.
오랑캐 조직은 다음과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
지켜야 할 원칙은 강하게, 행동의 방법은 자유롭게. 핵심 원칙은 분명하게 지킨다. 그러나 그 원칙 안에서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가능한 한 현장의 판단에 맡긴다.
이것이 규율과 자율이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방식이다.
공정이 있어야 자율도 작동한다
앞선 글, '오랑캐 리더십과 공정'에서 오랑캐연구서 공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공정은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자율과도 직접 연결된다.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려면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을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의 원칙 안에서 책임 있게 판단했는데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구성원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 리더의 기분을 살피고 누가 판단했느냐를 먼저 본다.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상급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된다. 반대로 조직의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된다고 믿는다면 구성원은 그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다음과 같이 연결할 수 있다.
공정은 원칙을 신뢰하게 하고, 신뢰받는 원칙은 자율을 가능하게 한다.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구성원이 믿을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율에는 실제 권한이 필요하다
조직에서는 구성원에게 “주도적으로 일하라”거나 “스스로 판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실제 결정 권한은 모두 위에 남겨두는 경우가 있다.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고,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면서 결과에도 책임지라고 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판단은 모두 상급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진정한 자율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스스로 판단하라고 한다면 실제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야 한다. 앞선 글, '오랑캐 리더십과 책임'에서 우리는 권한과 책임의 크기는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정리했다.
자율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이 맡은 역할 안에서 무엇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 분명해야 한다.
무엇을 직접 판단할 수 있는가.
어떤 문제를 다른 사람과 협의해야 하는가.
어떤 결정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상위 판단이 필요한가.
이 경계가 명확해야 한다. 자율에는 단순히 “알아서 하라”는 말이 아니라 명확한 권한의 범위가 필요하다.
권한과 함께 책임도 있어야 한다
권한만 준다고 자율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판단했다면 그 판단의 결과 역시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잘되면 자신의 성과이고, 잘못되면 다른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자율이 아니다.
오랑캐 조직에서 자율은 권한과 책임이 함께 움직이는 상태다. 자신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판단이었다면 무엇을 놓쳤는지 살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방법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율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목표와 원칙 → 권한 → 판단 → 행동 → 책임
그리고 책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다음 판단을 더 나아지게 해야 한다. 즉, 목표와 원칙 → 권한 → 판단 → 행동 → 책임 → 학습이다. 이 과정이 반복될 때 자율은 단순한 자유가 아니라 조직의 판단 능력을 높이는 과정이 된다.
리더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랑캐 리더에게 권력이 있다는 것은 모든 문제를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앞선 글, '오랑캐 리더십과 권력'에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구분했다.
“나는 어디까지 결정할 권한이 있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내가 결정해야 하는가?”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번째 질문이 중요하다. 리더가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서 항상 직접 결정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현장의 구성원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리더보다 그 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도 있다. 구성원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까지 리더가 개입하면 조직은 점차 리더에게 의존하게 된다. 반대로 조직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리더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구성원에게 떠넘겨서도 안 된다.
오랑캐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 능력이 아니다. 누가 판단해야 하는 문제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리더가 판단해야 할 것은 판단한다. 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맡긴다. 그리고 맡겼다면 필요한 권한도 함께 준다. 이것이 자율을 만드는 리더의 역할이다.
방향은 공유하되 방법은 열어둘 수 있어야 한다
오랑캐 조직에서 공동의 목표는 중요하다.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 구성원이 알아야 한다. 절대규칙도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와 원칙이 분명하다고 해서 목표를 이루는 모든 방법까지 하나로 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구성원의 전문성과 현장 판단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개방성과도 연결된다. 개방성은 외부의 지식만 받아들이는 정신이 아니다. 조직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리더 혼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오랑캐 조직에서는 방향은 함께 공유하고, 핵심 원칙은 함께 지키되, 방법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조금 더 간결하게 표현하면, 방향은 하나로, 방법은 다양하게. 이것이 오랑캐 조직에서 자율이 작동하는 중요한 원리다.
자율은 조직의 속도를 높인다
자율은 구성원의 만족이나 조직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실행 속도와도 연결된다. 모든 판단이 리더에게 올라가면 조직은 느려진다. 작은 문제도 승인을 기다린다. 리더가 바쁘면 결정도 멈춘다. 현장에서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조차 위로 보고한 뒤 다시 지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이런 시간의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구성원이 목표와 원칙을 이해하고 자신의 권한 안에서 판단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바로 행동할 수 있다.
고객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
환경이 변하면 방법을 수정한다.
작은 실험을 하고 결과를 확인한다.
이 과정은 야생성의 행동 → 적응을 조직 전체에서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자율은 자유를 주는 조직문화만이 아니다. 조직의 판단과 행동 속도를 높이는 능력이기도 하다.
자율은 야생성을 조직 전체의 힘으로 만든다
야생성이 리더 한 사람에게만 있다면 조직은 여전히 리더에게 의존한다.
리더만 현실을 직시한다.
리더만 기존 방식을 의심한다.
리더만 새로운 시도를 한다.
구성원은 그 결과를 실행하는 데 머문다.
이런 조직은 리더가 있을 때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리더가 보지 못하는 문제에는 약할 수 있다.
오랑캐연구소는 모든 구성원을 잠재적 오랑캐 리더라고 보아왔다. 그렇다면 야생성도 리더 개인의 능력에서 조직의 행동 방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구성원이 자신의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한다.
기존 방식을 의심한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
결과를 확인하고 적응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율이다. 이 관점에서 자율은 야생성을 조직 전체의 힘으로 바꾸는 장치라고도 볼 수 있다. 규율성이 흩어진 힘을 결집한다면, 자율은 결집된 조직 안에서 구성원의 야생성이 다시 살아 움직이도록 한다. 야생성과 규율성이 이 지점에서 다시 만난다.
자율의 범위는 성장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에게 처음부터 같은 크기의 자율을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의 역할과 경험이 다르고 판단에 필요한 역량도 다르다. 실패했을 때 조직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도 다르다. 따라서 자율의 범위는 역할과 책임, 역량과 위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범위가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작은 판단을 맡는다.
결과에 책임진다.
경험을 통해 배운다.
그다음에는 더 큰 문제를 맡는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판단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자율은 단순히 조직이 구성원에게 주는 자유가 아니다. 구성원이 성장하면서 넓혀가는 판단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것은 오랑캐 조직이 다음 리더를 성장시키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자율은 다음 오랑캐 리더를 만든다
오랑캐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왔다.
오랑캐 집단은 리더를 기다리지만, 오랑캐 조직은 리더를 길러낸다.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다음 리더를 길러낼 수 있을까. 지시를 잘 따르는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 판단해보고 선택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실제 결과를 경험해야 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보아야 한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더 나은 판단을 해보아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구성원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서 문제를 판단하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자율은 현재 오랑캐 조직을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인 동시에 미래의 오랑캐 리더를 성장시키는 경험의 공간이다.
오랑캐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만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지시가 없어도 공동의 목표와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
강한 규율과 자유로운 조직은 어떻게 함께 존재하는가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강한 규율과 자유로운 조직은 함께 존재할 수 있는가.
오랑캐연구소가 정의한 오랑캐 리더십의 답은 그렇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공동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자율은 각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유가 아니다. 다음으로 핵심 원칙과 절대규칙이 분명해야 한다.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면 구성원은 원칙보다 리더의 의중을 살피게 된다.
또한 실질적인 권한이 있어야 한다. 판단하라고 하면서 모든 결정을 위에서 내린다면 자율은 존재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판단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 자율적인 판단은 결과를 돌아보고 배우는 과정까지 포함해야 한다.
강한 규율과 자율은 서로를 약화시키는 관계가 아니다. 제대로 설계되면 서로를 강화한다. 규율은 자율의 방향과 경계를 만들고, 자율은 그 경계 안에서 조직의 판단 능력을 확장한다.
통제에서 신뢰로
자율적인 조직은 통제가 전혀 없는 조직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을 일일이 확인하고 승인하는 방식으로는 자율을 만들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통제의 일부는 신뢰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근거 없이 구성원을 믿으라는 뜻도 아니다.
신뢰에는 기반이 필요하다.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원칙이 있어야 한다.
리더도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
책임의 위치가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원칙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이 조건들이 축적될 때 리더는 구성원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고, 구성원 역시 조직의 기준을 신뢰할 수 있다. 자율은 리더가 단순히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원칙과 공정, 권한과 책임이 쌓여 만들어낸 신뢰 위에서 자율이 작동한다.
자율은 실패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구성원에게 자율적으로 판단하라고 하면서 실패는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면 실제 행동은 다시 안전한 선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구성원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지 않거나 상사의 의견과 다른 판단을 피하며 책임질 가능성이 없는 일만 선택한다. 그렇다고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동의 원칙을 지키면서 충분히 판단하고 도전한 결과로 생긴 실패와, 절대규칙을 무시하거나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실패는 다르다.
바로 여기에서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도전하다 실패한 사람과 원칙을 어겨 실패한 사람을 조직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자율을 실제 조직에서 작동시키기 위해 반드시 답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현대 오랑캐 리더십의 다음 주제인 '오랑캐 리더십과 실패'로 이어진다.
지켜야 할 것은 강하게 지키고, 맡겨야 할 것은 과감하게 맡긴다
오랑캐 조직에는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한 규율은 구성원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랑캐 조직에서 규율의 목적은 각자가 가진 판단과 야생성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과 경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래서 규율성은 목표 → 원칙 → 솔선 → 일관성으로 작동한다.
공동의 목표를 분명하게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세운다.
리더가 먼저 그 원칙을 지킨다.
그리고 그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한다.
이 질서가 자리 잡으면 리더가 모든 행동을 직접 통제할 필요는 줄어든다.
구성원은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의 범위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때 비로소 구성원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랑캐 리더십에서 자율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자율이란 공동의 목표와 원칙을 이해한 구성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자율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다. 방임도 아니다. 리더가 책임을 구성원에게 떠넘기는 것도 아니다. 원칙 안의 자유이고, 권한과 책임이 결합된 판단의 자유다.
강한 규율과 자유로운 조직은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규율이 있어야 진정한 자율이 가능하다.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 → 원칙 → 공정 → 신뢰 → 자율
공동의 목표가 방향을 만든다.
원칙이 경계를 만든다.
공정이 그 원칙을 믿게 한다.
신뢰가 불필요한 통제를 줄인다.
그리고 자율이 구성원의 판단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도 달라진다.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과 경계를 분명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사람이 된다.
오랑캐 조직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지켜야 할 것은 강하게 지키고, 맡겨야 할 것은 과감하게 맡긴다.
이것이 강한 규율과 자유로운 조직이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피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생긴다. 실패다. 자율을 허용한다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도 함께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실패는 배움의 기회가 되고, 어떤 실패에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현대 오랑캐 리더십의 여섯 번째 논의는 이제 자율에서 실패로 이어진다. © 오랑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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